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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 사외이사는 정말 거수기일까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News1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대기업 이사회에 대한 가장 흔한 비판은 의안에 대한 찬성율이 거의 100%라는 것이다. 최근 CEO스코어의 조사에서도 251개 상장사에서 99.6%라는 수치가 나왔다. 사외이사가 왜 필요하며 결국 거수기 아닌가의 의문이 나온다.


그러나 분쟁상황도 아닌데 이사회에서 의안이 부결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첫째, 이사회에서 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있으면 안건으로 상정되지도 않는다.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점이 있으면 사전에 보고나 의견 교환을 통해 문제점이 제거된다. 이사회에서 의안이 부결되는 회사는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보유한 것은 맞지만 내부적인 업무 처리나 소통 능력에 문제가 있는 회사일 가능성이 크다.

둘째, 이사회의 논의 과정에서 통과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나는 안건은 부결되기보다 반려되거나 보류된다. 필자도 의안에 반대해 본 적은 없고 절차나 내용에 문제가 있는 안건이 올라오려고 해서 급히 이사회를 연기시킨 적이 있다. 이렇게 해서 의안을 수정하게 하거나 아예 폐기시키게 된다.

이사회라는 회의체는 서먹서먹한 이사들이 둘러앉아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사내이사나 서로에게 비판적인 그런 조직이 아니다. 회사와 주주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협력적 공동체이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회적 성향이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의안에 대한 반대는 절충이나 타협의 여지가 전혀 없어지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나 나올 수 있고 정 그럴 상황이면 대개 참석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의사를 우회적으로 표시한다. 불참은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찬성하지 않는 방법이다.

우리 법은 이사회 불참에 대해 제재하지도 않는다. 지속적인 불참은 해임 사유가 되는 정도다. 참석하면 찬성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반대 의사를 의사록에 남겨야 하는데 굳이 참석해서 그럴 상황은 많지 않다. 정 개인적인 법률적 책임이 걱정되거나 다른 이사들과의 생각 차이가 크다고 여기면 사임한다. 반대하면서 계속 같이 가지 않는다.

사외이사의 가장 큰 가치는 그 존재 자체에 있다. 경영진과 사내이사들이 이기적인 이유로 뭔가를 추진한다 해도 사외이사라는 벽을 넘어야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용과 강도를 조절하게 된다. 또 양식있는 구성원들 사이에서 상대방에게 무리한 요구나 부탁을 하기 어려운 것처럼 채택이 곤란한 내용을 이사회에 올리는 것이 억지된다.

일단 이사회의 구성원이 되면 미국의 스트라인 판사가 말했듯이 서로 ‘일상적인 행동에 있어서 통상적인 영향을 받는’ 개인적인 관계를 구축하게 된다. 그러한 유형의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인간의식의 근저에는 독립성을 해치는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 따라서 이사회가 구성된 이후의 운영은 그야말로 개개인의 양식에 맡길 수 밖에 없다. 후보의 발굴이나 선임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 최선이다.

정작 문제는 현재의 이사회 모델이 경제 현실에 맞는가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이사회 모델은 1975년에 버클리대 로스쿨의 아이젠버그 교수가 ‘창안’한 것이다. 그 이전의 이사회는 자문기구였고 보통 20인이 넘는 사내이사들이 CEO와 함께 경영상의 결정을 내리는 형태였다. 견제나 감독 기능은 거의 없었다. 1975년에 도입된 이사회 모델은 이사회의 경영판단 기능을 경영진에 대거 위임하고 대신 견제와 감독 기능을 부각시키는 현실적인 모델이다. 사외이사가 다수가 되게 하고 감사위원회의 비중이 높아졌다.

최근 미국에서는 40년도 넘은 이 모델이 계속 유효한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에 비해 기업들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이다. 최다 10인 이내의 사외이사들은(애플 7인, 알파벳 8인, 페이스북 7인, 아마존 10인) 경영진을 감독하기에는 정보와 시간과 여력이 부족하고 인센티브도 떨어진다. 그래서 근래에는 사외이사들의 부족한 점을 오히려 외부의 행동주의 주주들이 메꾸어 주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45년 전에 도입된 모델도 아직 제대로 정착시키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굳이 앞서가는 나라들의 발자국을 고스란히 따라갈 필요는 없다. 그들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우리도 생각해야 한다. 한국의 선두기업들은 이미 그 규모와 복잡성에서 그들 못지않다. 스탠퍼드대 길슨 교수는 일부 사외이사들이 사회적으로 무리가 없고 이사회의 특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호적인 사내 행동주의자’가 되게 할 방법을 생각해 보아야 하고 회사는 그에 필요한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른바 ‘이사회 3.0’ 논의다.

미국에서도 행동주의의 표적이 된 회사의 사외이사가 특별한 역할을 했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명망있고 독립성을 인정받는 사외이사는 행동주의 주주들과 소통하는데도 좋은 창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뉴스1 <뉴스커넥트>를 통해 제공받은 컨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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