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추리 도배마을-

“남들이 보면 미친 사람이죠.”

함영진(55) 우추리 도배마을 한우집 대표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미친 사람’이라고 칭했지만 그리 나쁜 의미는 아닌 듯했다. 8년째 강원FC 최고령 응원단을 이끌고 전국을 누비는 자신이 평범하진 않다는 뜻이었다.

함영진 대표는 창단 때부터 강원FC의 팬이다. 40대까지는 조기축구회에 몸담으면서 매주 운동을 했지만 다리가 부러지면서 핀을 박는 수술을 했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이 요원해졌다.

그렇게 축구와 멀어질 쯤에, 강원도에 프로축구단이 창단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축구를 보는 것을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고장에 내 팀이 생긴다는 말에 정말 기뻤다. 함영진 대표는 당시 강릉시 성산면 위촌2리 우추리(법정명 위촌2리) 이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강원FC 주식을 산 것이 인연이 됐다. 우추리 어르신들을 모시고 축구를 보러 다니면 좋아하시겠다고 생각했다. 강릉이 ‘구도’다. 축구를 정말 좋아하는 도시다. 처음 1~2경기를 어르신들과 함께 갔는데 금세 재미를 붙였다”면서 “마을 이장을 하면서 버스를 법인으로 구입했다. 창단 첫해에 단 1경기를 빼고 모두 경기장에서 봤다. 경기가 있는 날에 일찍 출발해 다른 마을을 들러 좋은 점을 벤치마킹했다. 일석이조였다”고 설명했다.

우추리 도배마을의 강원FC 사랑은 이미 여러 차례 언론에 소개된 바 있다. 백발을 휘날리며 강원FC를 열정적으로 외치는 응원단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주목을 받았다. 최고령 응원단의 열정에 다른 팀에는 없는 강원FC만의 응원단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우추리 도배마을 주민들은 선수들을 자식처럼 생각한다. 2009년 11월 11일 선수단을 마을회관으로 초대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날 직접 기른 흑염소 4마리를 잡아 정성껏 끓인 탕을 비롯해 떡과 과일, 막걸리까지 각종 음식을 선수단에 대접했다. 시즌을 마친 강원FC 선수단을 위해 ‘보신 오찬’을 준비한 셈이다.

2011년 4월 27일, 강원FC가 시즌 초반 부진하자 다시 한번 선수단을 마을로 초대했다. 부녀회의 초청으로 특별 보양식 '유황오리 백숙'을 저녁으로 대접했다. 함영진 대표는 “그때 참 잘 먹더라. 선수 4명이서 한 테이블에 앉았는데 3마리까지 먹기도 했다. 내 자식이 먹는 것처럼 참 보기 좋더라”고 당시 분위기를 회상했다.

그렇게 시작된 강원FC 사랑이 올해로 8년째를 맞았다. 여전히 버스를 운전해 마을 주민들과 경기장을 찾는다. 버스에 탑승한 어르신들의 식사, 입장료까지 책임지며 8년을 보냈다. 그는 “어떨 때에는 원정 1경기에 100만원씩 썼다. 지금까지 얼마나 사용한지는 계산이 안 된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보람이 있고 즐거운 일이기에 지금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모시고 가면 어르신들이 즐거워하신다. 또한 아내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주변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도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결 같았지만 8년이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함영진 대표는 “강원FC가 지는 경기가 많아지고 강등됐다. 그러면서 어르신들의 참여가 많이 떨어졌다”며 “8년 동안 어르신 세 분이 돌아가셨다. 같이 경기장을 찾아 강원FC를 외친 것이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정말 슬픈 일이다”고 말을 아꼈다.

우추리 응원단의 최고령 노인은 92세다. 함영진 대표는 “92세이신 분은 내 장모님이다. 절대 조용하게 경기를 보지 않으신다. 욕도 잘하신다. 2010년으로 기억한다. 수원 삼성이랑 할 때 장모님이 응원석에서 술을 따르고 절을 하는 고사를 지냈다. 거짓말처럼 그날 경기에서 승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르신들이 나보다 체력이 더 좋은 것 같다. 돌아오는 버스가 하루도 조용한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대표는 8년 동안 마을 주민들과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참 많은 경기를 봤다. 그런 그에게도 승격이 확정된 성남전은 잃지 못할 추억이다. 그는 “우리가 승격에 성공했다.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크게 웃으며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4홉 소주 한 박스를 사갔는데 모자랐다”며 “스포츠엔 웃음과 눈물이 공존한다. 3년 전에 강등될 때에는 진짜 분위기가 말도 아니었다. 원주에서 돌아올 때 어르신들이 정말 속상해 했다.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성남 골키퍼로 나온 김근배가 강원FC 선수였는데 고개 숙인 모습을 보니까 짠했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대표는 내년이 강원도의 힘을 보여줄 적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창단 때에는 경기당 평균 1만 5000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내년 성적만 좋다면 많은 관중이 들어설 것이다. 프로는 돈이 참 중요하다. 도지사님이 폭넓은 지원을 해 준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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