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창의적인 젊은 인재를 만나다②]

<편집자 주> 강릉뉴스는 강릉의 청년창업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강릉의 창의적인 젊은 인재를 만나다’를 기획기사로 내보냅니다. 강릉은 고령화율이 19.4%에 달할 정도로 늙은 도시가 되었습니다. 저출산의 영향과 젊은이들의 타 지역으로 유출이 계속 되면서 지역경제와 사회문화는 생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강릉은 재생이 필요합니다. 원동력은 청년들입니다. 청년들이 강릉에 정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연 강릉에 살 수 있을까? 그 꿈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오늘의 강릉 청년들을 만나봅니다.
사진=드래곤컴퍼니. 좌로부터 김인기, 전용태, 김희수.

가까스로 '청년', 새로운 도전에 나서다 

드래곤컴퍼니. 김인기, 전용태, 김희수, 이 3인이 모여 만든 스타트업 회사다. 이들에 대한 주위의 평가는 대체로 ‘철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멤버 두 명이 마흔을 넘었다. 세상에 미혹되지 않는 불혹의 나이가 무슨 청춘이냐, 이 기획시리즈에 적절한 대상이 아니다, 라고 생각되지만 멤버 한 명이 39세인 덕분에 가까스로 ‘청년’에 속하게 됐다.

참고로, 왜 39세까지를 청년으로 보는지에 대해선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13년 출범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청년위원회는 2017년에 폐지됐지만 이후 청년 일자리 정책에서 청년은 39세를 그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만난 곳은 서부시장 인근이었다. 서부시장은 근 20여년 동안 강릉시의 신도심지 개발 정책에 밀려 낙후되고 방치된 대표적 지역 중 하나다. 낮 동안에는 거의 사람의 왕래가 없는 이 시장에 밤이면,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찾는 이들이 외로움을 달래려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을 만나기 위해 슬그머니 찾는 곳이 서부시장 인근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어슬렁거리며 논다.

드래곤컴퍼니로 의기투합한 이들은 모두 영상 촬영, 편집, 제작, 유통 라인에서 일했던 이들이다. 영상산업 분야에서 일한다는 것은 저임금 구조과 불안정노동 상황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특히나 시장이 협소한 지역에서 영상으로 밥 먹고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시장은 작은데 업체가 여럿이고, 그 중 한 두 개 업체가 이 생태계를 독점적으로 다 먹는 구조이다 보니 힘들어요. 영상을 가지고 창업을 해도 기회가 별로 없어요. 게다가 우리 같은 이들이 기회가 적다는 걸 알고서는 공짜로 우리 콘텐츠를 달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공짜로 콘텐츠를 넘겨주면 자기들이 성공이라도 시켜줄 것처럼 말하죠. 그건 윈-윈이 아니죠.”

드래곤컴퍼니의 임시 수장 역할을 하고 있는 김인기씨의 말이다. 그들의 말대로 그렇게 어려운 이 시장에서, 그것도 강릉이라는 이 지역에서 왜 또 영상을 무기로 한 창업을 준비하는 것일까?

“우리는 유튜브와 같은 공유 플랫폼에 콘텐츠 프로바이더가 되는 것을 지향해요. 소규모 방송국이라고 할까요? 우리의 입맛과 취향대로 영상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해서 승부를 보자는 거죠.”

세 사람 중 뭔가 정리된 말을 하는 역할을 맡은 듯한 전용태씨가 말하자, 옆에서 김희수씨가 슬쩍 거든다.

“우리 취향은 좀 ‘병맛’스러운 영상을 만드는 거예요. 병맛스럽게 지역을 전국에 알려보자, 뭐 그런.” 그러면서 다음의 영상을 보여준다.

강릉지역의 대표적 피서 명소인 안반데기를 소개하는 이 영상을 보면, 이들이 추구하는 병맛스러움이란 게 뭔지 알 것 같다. 

그들은 자신들의 병맛스러움을 B급으로 표현했다. 촌스러움, 개그, 패러디, 괴짜스러움 같은 마이너리티 요소들을 동원해 콘텐츠를 만들고 그 가치를 공유하고 싶어하는 듯 했다.

인생뮤비로 지역과 소통하는 병맛 삼인조

드래곤컴퍼니가 집중하는 현재의 창업 프로젝트는 ‘인생뮤비’다.

“누구나 자기만의 인생 노래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직접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인생 노래를 배경으로 뮤직비디오를 찍으면 재미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다 인생뮤비를 찍어주는 프로젝트를 시작해보자고 생각했죠.”

그 일환으로 드래곤컴퍼니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인기씨가 직접 인생뮤비 1화를 찍었다.

 

 

드래곤컴퍼니는 인생뮤비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커뮤니티와 소통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리 지역에 사는 이들, 가깝게는 이 서부시장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생뮤비’에 담아 소통과 교류의 촉진제 역할을 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일차 목표다.

이쯤 되면 많은 이들이 궁금해할 것이다. 그래, 뭘 하겠다는 건지는 알겠는데 돈은 어떻게 벌겠다는 거야? 비즈니스 모델이 뭐야?

“그건 가르쳐 줄 수 없어요. 비밀입니다. 사실, 어떻게 돈을 벌겠다는 건지 그건 저희도 모릅니다. 그게 바로 영업비밀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황당하겠지만 저희는 뭐, 어떻게든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현재 우리가 하려는 일에 대해 이 지역에선 경쟁자가 없죠. 블루오션입니다. 그건 좋은 것이겠죠? 그렇게 마음 먹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하나의 성공 사례를 보고 사업가가 마치 A에서 Z까지 모든 것을 다 알고, 계획하고, 수익모델까지 예측하고서야 그 일을 시작했다고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구글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그들이 무엇으로 돈을 벌 수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당시에는 아무도 없었다. 지금도 손에 잡히는, 딱 이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그것은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하지 않는 도전할만한 가치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이고, 그 가치를 공유하고 널리 전파하고 확산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것이다.

드래곤컴퍼니가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끈기, 지구력이죠. 지치지 않고 계속 갈 수 있다면 그게 성공이겠죠.”

세 명 모두 동의한다. 어느 지역에서나 창의적인 도전을 즐기는 부류는 외롭기 마련이다. 길을 떠나려거든 세 명이 적당하다는 식의 조언이 있다. 그 말이 맞는지 모르겠으나, 그냥 믿기로 하자. 드래곤컴퍼니의 앞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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