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창의적인 젊은 인재를 만나다③]

[편집자 주] 강릉뉴스는 강릉의 청년창업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강릉의 창의적인 젊은 인재를 만나다’를 기획기사로 내보냅니다. 강릉은 고령화율이 19.4%에 달할 정도로 늙은 도시가 되었습니다. 저출산의 영향과 젊은이들의 타 지역으로 유출이 계속 되면서 지역경제와 사회문화는 생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강릉은 재생이 필요합니다. 원동력은 청년들입니다. 청년들이 강릉에 정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연 강릉에 살 수 있을까? 그 꿈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오늘의 강릉 청년들을 만나봅니다.

사진=극단 <공감더하기> 사회적 협동조합 대표 조영택씨.

조영택(1979年生)씨는 강릉에 배우들을 살게 하는 게 목표다. 서울에 있는 유명하신 배우들을 굳이 강릉으로 모셔 와 살게 만들겠다고? 그건 아니다. 조영택씨는 강릉에 배우의 재능을 가진 이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현재 그는 강릉 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그들의 재능을 발굴해 배우로 키워내고 있다. 강릉에서 배우를 발굴하고 강릉을 베이스로 활동을 하는 배우들을 많이 만드는 게 그의 꿈이다.

희곡읽기 모임으로 시작했다

현재 그는 <공감더하기> 청소년 극단을 창단하고 그 대표를 맡고 있다. 5년 전만해도 그는 서울 대학로에 있는 극단에서 활동하며 연극무대에 섰던 배우였다.

“5년 전 아버님이 위독하셔서 고향인 강릉에 다시 내려왔죠. 그때 생각한 것이 내가 너무 이기적인 게 아니었나 하는 반성이었습니다. 내가 너무 나 좋자고 하는 일에만 매달리며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아버님께선 돌아 가셨는데, 쉽게 다시 서울로 올라가지 못했어요. 어머님 곁에 살면서 강릉에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고 생각한 것이 연극 극단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사진=작은공연장 단에서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는 조영택 대표

그래서 창단한 것이 ‘극단9번지’였다. 극단을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강릉에는 배우가 없었다. 하는 수없이 배우를 육성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9번지 희곡읽기 모임이다.

“희곡읽기 모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분들이 찾아 왔어요. 대부분 50~60대 분들이신데, 변호사나 검사처럼 법조계 분들이나 의사 등과 같은 전문직 종사들이 많았어요. 강릉에 살면서 문화적 활동에 대한 욕구나 갈증을 가지고 계셨던 것 같아요. 배우 수업을 받는 젊은 사람들보다 어떤 면에선 더 열정적이고 성실한 분들입니다. 삶의 경험과 연륜이 있기 때문에 희곡대본 분석이나 캐릭터 해석에 있어서도 새로운 시각들이 많이 나와요. 물론 그 분들은 배우 활동을 하시려는 분들이 아니죠. 비록 저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희곡읽기 모임은 연극배우로만 활동해왔던 저에게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희곡읽기 모임은 계속 하고 있어요.”

5년전 전문배우가 없었던 극단9번지가 처음 강릉 무대에 올린 것은 낭독공연이었다. 서울에서는 사회동아리의 형태로 직장인들의 희곡읽기 소모임이 활발하다. 극의 인물에 몰입하다 보면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시각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 치열한 땀의 현장인 자기 삶을 잠시 잊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는 것 같은 카타르시스적 치유 효과 같은 것도 생긴다. 연극은 이렇게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많다. 시작이 낭독공연이었기에 그는 희곡낭독 모임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사진=대본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청소년 단원들

배우가 없다면 청소년들을 배우로 육성하자

하지만 낭독공연으로 그는 만족할 수 없었다. 배우가 필요했던 그는 방향을 바꾼다. 아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연기를 가르치고 배우로 육성해 연극무대에 오르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것이 ‘극단 파라솔’이었다. 극단 파라솔은 강릉 지역의 청소년들을 단원으로 모집해 매년 꼬박꼬박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

“강릉 지역에서 연극을 하거나 배우를 하려는 청소년들은 고민이 많죠. 꿈을 위해서는 서울로 가야 하지만 막상 서울에서의 거주비와 생활비가 만만치 않잖아요. 장래가 불투명한 연기의 꿈을 위해 연기 트레이닝 수업과 배우 생활 등을 생활고를 해결해야 할 일자리와 병행해야 하는데 그게 너무 어려운 거예요. 어려움은 둘째치고, 그렇게 하다 지치면 결국 꿈을 접어야 하니까, 그게 더 무서운 것이죠. 꿈을 포기하게 될까 봐, 아이들에겐 그게 더 두려운 문제예요.”

그래서 그는 지역의 청소년들과 함께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바로 지역에서 배우로 성장해 지역을 기반으로 연극공연예술을 계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지속 가능한’ 연극단이다.

“KTX가 생겼잖아요. 강릉을 기반으로 생활하고 지역의 배우로 활동하면서 서울에서의 공연프로젝트에도 오가면서 충분히 참여할 수 있다고 봐요. 저는 그런 모델을 강릉에서 만들고 싶어요. 배우를 하기 위해 꼭 강릉을 떠나지 않아도 되고, 강릉에서 배우로 생활한다고 해서 전국적 관점을 포기하거나 잃지 않는. 그런 모델을 강릉에서 만들고 싶어요.”

사진=가장 최근 무대에 올렸던 연극 '변신'.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인 이시원 작가의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생업에 대한 중압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종국에는 쓰레기나 사물이 되어 사회와 주변으로부터 버려지는 중년 남성들의 이야기다.

최근 그는 극단 파라솔의 시간을 마감하고 <공감더하기> 극단을 창단했다. 재창단인 셈이지만, 지난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극단 파라솔의 이름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문화올림픽 행사에 참여한 것부터 시작해 강릉 야행, 허균문화제, 강릉독서대전, 마을만들기 사업에 꾸준히 참여해 극단의 존재를 알렸다. <삶은 걔랑>을 비롯해 <명예로울지 몰라, 퇴직>, <아름다운 사인>, 가장 최근의 <변신>까지 꾸준히 연극공연을 무대에 올렸고 관객들의 참여와 반응도 좋았다.

그가 꿈꾸는 ‘지속 가능한’ 연극

이제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그는 이름을 바꾸었다. 이름만 바뀐 것은 아니다. <공감더하기> 극단은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재탄생했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협동조합이다. <공감더하기>는 지역의 청소년 교육, 마을 만들기와 같은 지자체 사업에 참여하며 연극이 갖고 있는 사회적 가치를 확신하고 있다. 연극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할 수 있고, 연극을 통해 청소년의 긍정적 인격형성을 도모할 수 있다.

<공감더하기>는 최근 ‘드라마틱 강원만들기’ 사업에 선정되었다.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고, 강릉문화원이 대행한 권역별(강릉•속초 대상) 관광콘텐츠 지원사업이다. <공감더하기>는 강릉시의 낙후된 구도심지의 하나인 홍제동 서부시장을 대상으로 배우와 연극적 기능을 활용한 지역 관광활성화 콘텐츠를 기획했다.

향후 <공감더하기>는 도시재생과 마을 만들기와 같은 커뮤니티 사업에 개입해 연극의 사회적 가치와 그 쓰임새를 넓혀갈 생각이다. 물론 연극공연은 더 큰 무대를 준비 중이다. 뮤지컬을 준비 중이라고. <공감더하기>의 앞날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그는 강릉 지역에 규모가 큰 연극 공연장이 없는 것을 아쉬워했다.

“작은공연장 단은 너무 작아요. 강릉문화재단 산하의 극장이나 단오제전수교육관의 공연장은 일년 내내 산하 단체의 행사로 스케줄 따기가 어려워요.”

그의 바람대로 기존의 협회나 이익단체, 문화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새로운 문화세대, 창조적 역량들이 그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문공연 공간이 강릉 지역에 생겨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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