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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걱정 그만해야 중산층이 산다[연재칼럼] 50 이후의 남자, 아저씨가 사는 법

최근 지인의 병문안을 간 적이 있다. 지인은 고질적인 허리 디스크로 상체를 세우지조차 못하고 걸을 수 조차 없는 지경이 되어 병원에 입원했다. 그녀의 남편은 지방의 작은 건설사 사장이고 그녀도 회사에 다니며 적은 보수나마 소득을 챙기고 있다. 부부는 아슬아슬하게 중산층 수준의 살림을 유지하는 중이다.

사진=Pixabay

부부에겐 딸이 하나 있다. 딸은 서울의 사립대학교를 다니며 열심히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그러나 부부가 번 돈으로는 서울의 딸에게 매달 올라가는 돈을 감당하기도 벅차다. 병실에 누운 지인은 남편은 돈 벌러 가고 딸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중이라 자신을 보살펴 줄 가족이 없어 친척들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집안 형편이 좋았더라면 더 잘해줬을 걸.” 병실에서도 지인은 딸 걱정만 한다.

자식보다 그 부모가 더 걱정이다

물론 하나 밖에 없는 딸에게 전 재산을 털어 넣어줘도 안 아깝다는 그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딸에게 폐를 끼칠까 봐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도 숨기려 들면서도 친척들에게 자신의 돌봄 노동을 하게 만드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 지인은 그 흔한 보험 하나 들어있지 않았다. 노후준비? 그런 것은 꿈도 못 꾸고 있다.

내 눈에는 그 딸 보다 지인의 삶이 더 걱정이었다. 노후빈곤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나중에 지인은 딸을 위해 희생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안할 것이다.

노인 빈곤은 50대 중반 무렵부터 시작된다. 

50대 중반 이후 빈곤율이 급증하며 65세가 넘어가게 되면 전 세계적으로 봐도 이례적일 만큼 빈곤율이 크게 높아진다. 노인빈곤율이 40%를 초과하는 심각한 수준임에도 50대는 여전히 자식걱정 중이다. 현 중산층의 85%가 은퇴 후 계층이 하락될 것으로 예상되고, 중산층 스스로도 노후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이라 암울한 예상을 하면서도 여전히 자식걱정 중이다.

자식 뒷바라지 하다 노후 빈곤층이 되면 그 몫은 사회가 떠안아야 한다. 정확하게는 젊은 세대가 부양해야 할 책임이 늘어나는 것이다. 자기 자식에겐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내주고 다른 젊은 세대들에겐 폐를 끼치는 셈이다.

분수를 아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일

옛말에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자신이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 주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교육비 대줘야 해, 유학생활비 대줘야 해, 결혼 자금 대줘야 해, 하면서 무작정 자식에게 올인 하는 행위는 분수를 모르는 것에 해당한다. 포기한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분수를 아는 것일 수 있다. 자식에 대한 투자가 자신의 처지에 비추어 눈높이에 맞는 것인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차라리 자기 자신을 잘 챙기는 것이 자식을 더 위하는 길일 수 있다. 자식은 자식대로 자신의 처지에 맞게 삶을 알아서 헤쳐나가게 해야 하는 게 아닐까?

 

* 필자 채희철은 강원도 삼척 출생으로 강릉에서 자랐으며, 추계예대 문예창작학과를 다녔고 1997년 계간 사이버문학지 <버전업> 여름호에 장편소설 <풀밭 위의 식사>를 게재하며 작가로 데뷔, 인문교양서 <눈 밖에 난 철학, 귀 속에 든 철학> 등의 저서가 있다.  1969년 생인 그는 현재 아저씨가 되어 강릉의 한 바닷가에 살고 있다. 

 

채희철  kikiba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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