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50 이후의 남자, 아저씨가 사는 법

공자는 자신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그것이 무의(毋意), 무필(毋必), 무고(毋固), 무아(毋我)다. 그것은 각각 멋대로 억측하지 마라, 반드시 주장을 관철시키려 하지 마라, 고집부리지 마라, 자신을 너무 내세우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네 가지를 조금만 새로운 시선으로 보면 각각 생각이 많은 사람, 자기 주관이 확실한 사람, 고집스러운 사람, 계산적인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자질들이 얼마나 나쁘길래 공자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목록에 올렸던 것일까? 

사진=픽사베이

생각이 많고, 주관이 뚜렷하고, 고집스럽고, 계산적인 사람

애플 성공의 초석을 다진 스티브 잡스를 보자. 전기나 그의 인생을 다룬 기사들을 보면 대체로 생각이 많고, 주관이 확실하고, 고집스럽고, 계산적인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영학적으로 보면 이런 자질들은 비즈니스 성공과는 사실상 거리가 멀다. 생각이 많으면 결정적일 때 타이밍을 놓치거나 판단을 잘못해 일을 그르치기 쉽다. 주관이 확실한 것은 사업에 도움보다 실이 될 때가 많다. 왜냐하면 사업에는 '반드시'라는 말이 통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저렇게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고 그 누가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게 된다거나 그렇게 될 것이다’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융통성이 더 필요한 것이다. 고집도 마찬가지다. 장인의 고집스러움을 찬양하지만 실제로 장인은 한 눈을 팔지 못한 채 살아오느라 다른 시도를 할 시기를 놓쳐 어쩔 수 없이 그 길을 계속 걸을 수밖에 없었다고 볼 수도 있다.

누구든 한 분야에서 한 가지 일에 10년을 일한다면 그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된다. 하지만 성공하느냐의 문제와는 별개다. 그리고 10년 이후에도 그 분야를 계속 팔 것이냐의 문제와도 별개다. 어떤 상황이 와도 계속 파고 있겠다는 자세로는 성공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더 높은 게 현실이다. 계산적인 것도 마찬가지다. 짐짓 합리적으로 보이고 똑똑한 것처럼 보이지만 파이를 키워야 할 때 자기 밥그릇만 찾는다면 큰 그릇에다 밥을 먹을 수 없다.

모든 성공은 우연의 도움을 받는다

이렇게 본다면 스티브 잡스의 성공은 우연이다. 사실 모든 성공은 우연이요, 행운의 덕을 봤을 가능성이 더 크다. 성공한 사람들은 이 말에 화를 내겠지만, 우리가 성공한 사례를 수집하고 그가 성공한 어떤 필연적인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거꾸로 찾다 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지 모두가 스티브 잡스처럼 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남이 성공한 이유를 수 백 가지 찾아도 그것이 쓸모 없는 이유다. '스티브 잡스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공자의 가르침이 더 낫다. 물론 공자는 성공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네 가지의 목록을 작성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덕'이 있는 사람, 군자가 되기 위한 4계명이었을 것이다. 덕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선 좀 ‘널널’해야 한다. 잡념을 멀리하여 머리를 비우고, 융통성 있게 상황에 대처하고, 집착을 버리고, 베풀려고 해야 한다. 이런 사람이 되기는 지극히 어렵다. 하지만 이런 사람이 된다면 성공할 수 있다.

완벽주의자 보다는 여유 있는 사람

완벽주의자는 어떤 사람일까? 완벽주의자는 어떤 면에서 보면, 공자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네 가지를 다 추구하는 사람이다. 완벽주의자는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이다. 불안하기 때문에 생각이 많고, 불안하기 때문에 자기 주관을 강하게 형성했고, 불안하기 때문에 고집부리고, 불안하기 때문에 작은 자기 밥그릇에 연연해 하는 것이다. 그에게 여유는 없다. 여유가 없다면, 덕을 쌓을 수도 없다. 덕이야말로 성공의 척도다.

잠시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자. 덕을 쌓을 기회는 주위에 널렸다.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고 그에게 손을 내밀어 보자.

* 필자 채희철은 강원도 삼척 출생으로 강릉에서 자랐으며, 추계예대 문예창작학과를 다녔고 1997년 계간 사이버문학지 <버전업> 여름호에 장편소설 <풀밭 위의 식사>를 게재하며 작가로 데뷔, 인문교양서 <눈 밖에 난 철학, 귀 속에 든 철학> 등의 저서가 있다.  1969년 생인 그는 현재 아저씨가 되어 강릉의 한 바닷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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