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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에 또 하청의 비극'…출근 31시간 만에 주검으로 돌아온 아들
22일 오후 일하다가 숨진 택배 간선차량 운전기사 강모씨(39)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일산의 한 장례식장© 뉴스1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하얀 일회용 접시에 담긴 수육 다섯점과 160ml 미니 콜라 한캔이 택배 간선차량 운전기사 강모씨(39)의 마지막 식탁에 올랐다.


"평소에 좋아했는데 건강이 걱정되서 못 먹게 했어요.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좀 먹으라고…" 강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영정을 바라보며 다시 울먹였다.

22일 강씨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일산시 한 병원 장례식장에 30대 망자(亡者)는 강씨 혼자였다. 외아들을 잃은 강씨의 부모는 콜라 캔이 놓인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고인의 아버지 강모씨(66)는 네살 손녀가 아빠가 죽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일곱살 손자는 아빠를 다시 볼 수 없다는 말이 눈물을 터트렸다.

강씨는 지난 20일 오후 11시50분 CJ대한통운 곤지암허브터미널 주차장 내 간이휴게실에서 갑자기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후 병원에 후송됐으나 21일 오전 1시 끝나 숨졌다.

유족 등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 18일 오후 2시에 출근해 이튿날 낮 12시에 퇴근을 했다. 19일에는 오후 5시에 출근해 시신으로 발견되기 전까지 31시간 가까이 귀가하지 못했다.

숨진 강씨는 지난 2년동안 택배 간선차량을 운전했다. 간선차 운전자들은 25톤 차량을 몰고 대규모 중심 허브터미널에서 지역 터미널로 물건을 대량으로 나르는 일을 했다. 24시간 돌아가는 택배 물류 환경 속에서 낮시간에 지역터미널에 물건을 내려놓기 위해 강씨는 전날 저녁에 허브터미널로 있는 곤지암으로 향해야 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는 코로나 이후 택배 물량이 늘어나면서 간선차량 운전자들의 업무도 과중해졌고 이로 인해 강씨가 평소보다 많은 시간 근무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부검을 진행한 결과 관상동맥경화증 소견이 나왔다. 유족들은 최근 이어진 과로가 강씨의 심장 동맥을 막히게 한 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유족들은 강씨가 CJ대한통운이 하청을 준 업체에서 일을 받아 운송을 했다며 "하청의 하청인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 강씨는 "대기업들이 매출을 엄청나게 늘어났는데 혹사하는 것은 택배기사와 내 아들 같은 간선차량 기사"라며 "코로나 전에는 아들이 주 5일 일을 했는데 물량이 늘어나고 추석 이후 물량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강씨의 또 다른 가족 ㄱ씨는 이제 남겨진 두 자녀와 부인의 생계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강씨가 일을 시작하면서 중고로 화물차량을 구입했는데 아직 할부가 3년 넘게 남았다. 차는 이제 멈췄지만 이번달 할부료만 200만원이 넘게 나가게 된다. 중고로 다시 판다고 해도 매입자가 바로 나올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CJ대한통운은 이날 오후 최근 회사 소속의 택배기사들이 연이어 과로사로 사망한 것에 대해 사과하며 분류인력 투입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은 강씨의 유족들을 만나 보상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뉴스커넥트>를 통해 제공받은 컨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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