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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당하게 일해서 벌겠다는 걸 막나"…52시간 강행, 中企의 한숨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닫힌 인천 남동구 남동공단의 한 공장 © 뉴스1 조현기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김현철 기자 = "코로나로 외국인 근로자 수급도 힘든데 그나마 있던 근로자들은 돈 더 주는 큰 곳으로 이직하겠다고 한다. 경기가 안 좋아 어려움을 겪던 중소기업들이 인력 수급이 안 되면 더 어려워지지 않겠나"(인천 소재 제조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P씨)


정부가 상시 근로자 50~299인 중소기업들도 내년부터 주 52시간 근로제를 시행한다고 밝히면서 현장의 반발이 거세다. 규모가 작은 제조 중소기업들은 "이대로 가면 경쟁력을 잃어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분노하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이같은 방안을 발표하면서 50~299인 사업장 전수조사 결과 80% 이상 기업이 주 52시간제를 시행 중이고, 90% 이상의 기업이 내년에는 준수 가능하다는 내용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크게 달랐다. 사람을 추가로 뽑기 어렵고, 근무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줄어들어 근로자 상당수가 일자리를 옮길 가능성도 크다는 게 중소기업들의 호소다.

◇"납기일 맞추려면 인력 필요한데"…50인 이하 中企도 웃지 못해

경기도 화성에서 ㈜현대화학공업을 운영하고 있는 이상녕 한국발포플라스틱조합 이사장은 "코로나니 뭐니 해서 국가 전반적으로 불경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52시간제를 실시하면 제일 먼저 걱정되는 것은 근로자의 이탈"이라며 "돈을 더 받기 위해 규모 있는 곳으로 옮기겠다고 하면 그들을 무슨 수로 잡겠나. 이렇게 점점 경쟁력을 잃어 가는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현대화학공업의 현재 종업원은 47명이라 당장 내년부터 52시간제를 시행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그러나 근로자 수급이 원활해야 납기일에 맞춰 물량을 생산할 수 있는데 근로자들을 구하지 못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게 이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 회사는 당장 52시간제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근로자들을 구하기 힘들다는 게 더 큰 걱정이다. 요즘 내국인은 제조업에 잘 오지 않고 외국인도 코로나 때문에 쓰기 쉽지 않다. 물량을 맞춰야 주문이 더 들어오고 돈이 도는데 52시간제 때문에 쉽사리 근로자를 뽑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50인 이하 업장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내년 중에는 52시간제를 시행하게 될텐데 상황이 이렇게 계속 흐르면 국산 제품들이 값 싼 중국산 제품에 영원히 밀리고 말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공장 1~2개의 어려움이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의 어려움이 온다고 봐야 한다"고 경제의 붕괴를 우려했다.

근로자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52시간제가 도입되면 그동안 받던 월급이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울상이다.

인천의 한 제조업 공장에서 일하던 L씨는 "평소에는 기본급 외에 추가 근로 수당까지 합쳐 많으면 350만원까지 받았다"며 "그런데 내년부터 52시간만 일하게 되면 추가 수당을 제외해야 하니 수령액이 100만원 넘게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왜 내가 필요한 만큼 정당하게 일해서 벌겠다는 걸 못 하게 막는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5일 경기 고양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동아전람 '제16회 동아 스포츠·레저산업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캠핑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0.11.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업종별 특성을 봐 가면서 정책을 펼쳐야하는거 아닌가"

서울에서 전시 산업에 종사하는 나동명 한국전시행사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늘어날 인건비를 걱정했다. 전시 산업의 특성상 52시간제가 시행되면 인력을 늘리는 수 밖에 없는데 그 비용은 누가 보전해줄 것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나 이사장은 "전시 산업은 2~3일 공사해서 전시장을 디자인해두고 전시회가 끝나면 당일 야간에 철거를 하는 구조다. 킨텍스나 코엑스에서 전시회를 한다고 하면 주최 대행에 나서 부스 설계부터 설치, 업체 모집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며 "52시간제를 적용하면 인력을 배로 쓸 수 밖에 없어 인건비가 2~3배 올라가는 데 이렇게 되면 회사가 이를 어찌 버티겠나"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고, 무인점포를 지원하는 등 고용을 줄이라는 식으로 정책을 펼쳐놓고 52시간제를 내놓으면 우리 같은 업종은 어떻게 적용하란 말이냐"며 "사업체별 특성이나 지역별 특성을 충분히 감안한 다음 정책을 펴야 하는데 대통령 말 한마디에 근로자들 소득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월26일부터 11월6일까지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10곳 중 2~3곳은 올해 안에 주52시간 근무제 준비를 끝마치기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52시간을 초과해 근로하는 업체의 경우 10곳 중 5~6곳이 준비 상태가 미흡했다.

52시간을 초과해 근로하는 업체 218곳으로 범위를 좁혀 보면 근로시간 단축 준비를 끝마치거나 시행 중인 기업은 16.1%, 준비 중이며 연말까지 완료 가능한 기업은 25.7%로 줄었다.

준비 중이나 연내 완료는 어려운 기업은 41.7%, 준비할 여건이 안되는 중소기업은 16.5%를 차지했다. 정작 주52시간제 도입이 필요한 중소기업 10곳 중 6곳 가까이가 법을 어길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뉴스1 <뉴스커넥트>를 통해 제공받은 컨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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