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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①]정동심곡 바다부채길용궁으로 통하는 입구에서 만난 “바다부채길”

<강릉뉴스 편집위원회-볼거리100선에 들어가며>

 웰컴 2 강릉 - 강릉의 과거와 미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만 오늘날 우리는 좀 더 복잡한 생활리듬으로 살아가는 탓에 그 리듬에 맞춰 다양한 조합으로 여장을 꾸리기도 한다. 수많은 아웃도어 패션들이 난무하면서 입을 거리도 가시적인 생활권에 들어온 마당에, 어떤 볼거리 혹은 어느 쉼터라는 질문은 여정을 구상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을 한층 복잡하게 한다.

맛 집 멋 집을 즐기려는 사람들도 볼거리 퍼즐을 제대로 풀지 못하면 밀려오는 허전함을 떨치기 쉽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자연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애초부터 천부적으로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인간 본연의 ‘자연향유권’은 사유 재산 보호라는 미명 아래에서 심각하게 침해되었고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해돋이, 달맞이, 수려한 자연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자본이나 권력의 이름으로 강탈되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세계의 장기적인 흐름이거나 그것의 파생물이다. 한때 공유지였던 많은 공간들이 사유화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그런 추세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일지 모른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에서 본 해안경계초소 <사진 : 강릉뉴스>

자연향유권이 점점 더 위협받는 상황에서 우리의 권리를 찾고 사수하자는 것이 강릉 뉴스의 기본적 입장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거리는 강릉을 내외적으로 풍성하게 하는 전략적 거점이면서 인권 수호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기획된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에서 본 철조망 <사진 : 강릉뉴스>

마무리 지으며 바라는 것은 우리 강릉 사람들이 자연적으로나 인공적으로 형성된 유·무형적 산물들을 마음 깊이 기억하고 그것들을 후세에 전하는 것이다. 이는 자본과 권력의 폭풍우에도 견디며 자연향유권을 침해하려는 일체의 시도나 음모를 견제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대안들을 너그럽게 수용하는 생활문화공간을 설계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자연향유권을 약속하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긍정적으로 인정하는 세상, 그 역사적 순간까지 강릉의 볼거리를 찾아 묵묵히 걸으리라 강릉뉴스는 다짐한다.

바다부채길 <사진:강릉뉴스>

‘바다부채길’에서 시작하다.

“바다부채길”주변 일대는 필자가 자연향유권을 되새기며 내딛은 최초의 발길이 머문 곳이다. 강릉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옥계 방향으로 차를 몰다가 안인 못 미쳐 해안도로로 좌회전한다. 남대천 하구와 군선강 하구 간 구간이 공군비행장 같은 군사 시설로 제한되고 차단되어 해안도로를 우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동강난 한반도의 응축된 현실을 충분히 느끼기도 전에, 이내 곧 군선강 하구의 명선문(溟仙門)에 들어선다. 그 문은 냇물과 바다가 어우러진 경계이자 바다와 육지의 원활한 교류를 상징하는 지표이다. 구비 신화나 설화에 따르면, 그것은 또한 “용궁으로 통하는 입구”이거나 도검이나 도력으로 서예의 극에 도달했던 기인들의 세계에 발 들인 표시이기도 하다. 해령산 자락을 지나치다 보면 왜 어부들의 기도와 생전에 기녀였던 해랑 여신의 영험함으로 유명했는지 짐작할 듯하다.

정동진역 <사진:강릉뉴스>

바다에서 가장 가까운 기차역 정동진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철조망과 안보 공원이 분단 현실을 실감하게 하는 찰나에 어느덧 정동진에 다다른다. 바다에서 가장 가까운 기차역이 묘한 매력을 풍기는 곳이다. 풍수 지리적으로 정동을 가리키는 기운 탓인지 아니면 선풍적 인기 드라마의 배경 무대였기 때문인지 명확하지는 않더라도 그곳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강릉의 변화를 주도하는 개척 기지들 중 하나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정동진 독립영화제가 특히 주목할 경우이다. 하지만 독립영화를 위한 상설 상영관인 신영극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는 소식에서 느끼듯, 정동진이 강릉 문화 발전에서 첨병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개선되어야 할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

정동진에서 <사진 : 강릉뉴스>

전쟁도 피해간 심곡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 한 채 해안단구 위의 도로를 통해서 재를 넘으니 심산유곡의 별천지가 따로 없을 정도의 상쾌함이다. 바다를 양 팔로 안은 형상의 심곡 포구이다. 한국전쟁의 참화마저도 비켜갔었다고 회자되곤 했던 심곡이다. 심일 또는 지필이라고도 한다. 지명 유래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고 해석이 다양하지만, 심곡을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적절하게 묘사한 것은 지필이란 지명일 듯싶다. 그 지명은 “마을이 종이를 깔은 듯 평평하고 그 옆에 붓이 있는 형국”과 무관하지 않다. 그것은 또한 “글 잘하는 선비가 난다”는 믿음과 연결되어 많은 집안들의 선산이나 봉분이 심곡에 조성된 배경을 설명한다.

심곡에서 <사진 : 강릉뉴스>

마을 어귀에 이르자말자 서낭당이 눈에 띈다. 마을 한복판의 서낭당은 세상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시공간적으로 특수한 심곡을 이야기 한다. 예컨대, 심곡 서낭당 신화는 동해안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꿈, 표류, 구조, 여신 모시기와 신통력 등의 모티브나 구조를 반영하지만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기도 한다. 새삼 그런 신화를 여기서 반복할 필요는 없지만 서낭당 신화를 어떻게 하면 볼거리로 시각화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심하는 것은 바람직할 듯싶다. 심곡 이야기를 달리 재구성하면, 동해안을 따라 표류하거나 생계를 유지하던 많은 여인들의 신통한 능력, 구조 과정의 로맨스와 러브 스토리, 동해상에서 존재했다가 공상과학 소설 속 신기루처럼 다른 차원으로 ‘사라진 여인국’과 문화, 동해상에 출몰했던 미국의 포경선 등에서 짐작할 수 있는 무역-소통 망 등등이 복합적인 이야기 층들로 재현가능하다. 이런 이야기의 줄거리가 더 이상 미신이나 초자연적 현상으로 무시되고 방치되지 않기를 바라며 “바다부채길”로 향한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사진 : 강릉뉴스>

대한민국 최고 해안산책로 ‘바다부채길’

“바다부채길”은 천연기념물 제437호인 해안단구를 따라 혹은 좀 더 엄밀히 말하면, 해안단구의 기암괴석들과 바다 사이에 걸터앉은 해변 산책로이다. 강릉의 볼거리 1호로 그 길을 선택한 것은 단순히 부채바위나 투구바위 같은 기암괴석들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바다 풍경 때문이 아니다. 그 선택에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깔려 있다. 우선 바다부채길이 최장 해안 단구로서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자연 유산이자 선사시대의 문화유산이라는 상징성을 품은 심곡-정동진 해안단구와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점이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사진 : 강릉뉴스>

해안단구는 문헌 기록이 없는 선사시대에 초창기 강릉 사람들의 생활문화나 그 변화가 어떠했는지를 추적하고 추정하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예로서 기능하기 쉽다. 특히 심곡리-정동진 구간에 펼쳐진 해안단구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해발 100미터에 근접하는 단구이기에 상대적으로 낮은 단구면 보다 시대적으로 앞선 구석기 시대 유물들을 특징으로 한다. 이것은 심곡리-정동진 해안단구가 현 기준에서 가장 오래된 선사유적 유물을 간직한 생태 공간, 즉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이 복합적으로 공존하는 공간임을 드러낸다. 바로 이것이 강릉 볼거리 1호로 관동팔경 일부분인 경포대가 아니라 “바다부채길”을 꼽은 이유이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사진 : 강릉뉴스>
정동심곡 부채바닷길 <사진 : 강릉뉴스>

“바다부채길”에 주목할 또 다른 부분은 분단 현실로 점철된 ‘현대사’와 다소 뒤늦은 변화의 바람이다. 그 길은 애초 군인들이 해안을 순찰하고 경비할 목적으로 이용하던 길을 미학적으로 재구성하고 관광문화사업 차원에서 재활용하기 위해 기획되었음에 틀림없다. 유의할 것은 여전히 하이힐 신은 느낌과 대조를 이루니 그에 상응할만한 신 등은 가급적 피하고, 군 시설물 내에서 주의 사항 챙기기는 필수라는 점이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사진 : 강릉뉴스>

어쨌든 다양한 이름의 제한구역을 공공의 이익과 ‘홍익인간 사상의 실현’을 위해 개방한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이런 측면에서 “바다부채길”은 또 다른 상징성을 확보한다. 즉, 더 포괄적이고 형평성 있는 방법으로 좀 더 폭넓은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자연향유권을 긍정적으로 실험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또한 군관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세계 속에 살아 꿈틀거리는 강릉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런 결과물이 그들의 의지를 반영하고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다부채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강릉에는 다양한 생활공간을 분할하여 차지하고 있는 군관민의 의지와 결실이 필요한 곳이 여전히 많다. 분단 현실과 독점욕으로 경직된 철책선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맛 따라 멋 따라 움직이는 여정에서 조만간 제한구역 없는 세상을 만나기를 바란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사진 : 강릉뉴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사진 : 강릉뉴스>

감자옹심이, 감자 부침, 수수전병, 메밀국수

“바다부채길”을 돌고 돌아 다시 심곡 포구로 오니 출출함이 느껴진다. 서낭당 주변 식당에서 감자옹심이, 감자 부침, 수수전병, 메밀국수 등등의 강릉 음식에 옥수수 동동주를 곁들이니 마치 이태백이 술 취해 만든 정신세계를 꿈꾸듯 경험하는 것과 같다. 웃으며 답하지 않아도 유유자적하기에 좋은 심곡이 그에게 간 것인지 그 누가 있어 그 세계를 여기에 풀어 놓았는지 모를 헷갈림이 좋다. 심곡에는 복숭아꽃 대신에 청정 자연산 돌각 김과 미역이 별천지를 이룬다. 그 맛이 유별나서 자유분방한 협객도 떠돌이 방랑자도 잠시나마 머물며 몸을 추스르는 곳, 그 곳에서 술잔에 “달이 담기도록” 기다리거나 오래 취해 있기는 어렵다. 선인 혹은 현자들의 시간 흐름 속에 ‘판타지 무협 소설’ 같은 무대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들로 가득한 또 하나의 공간이 부르는 탓이다.

<사진 : 강릉뉴스>

수로부인에게 꽃을 바친 헌화로

때가 되면 다시 올 거라고 생각하며 등산화를 걸친다. 심곡 포구에서 금진까지 길게 놓인 헌화로 일대를 즐기기 위해 발품을 팔기로 결심한다. 학생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외국인들 외에도 삼삼오오 짝을 이룬 내·외국인들이 눈에 띈다. 천 길 절벽을 걸어가는 축지법이나 경공술로 나비처럼 화비령 자락을 날라 다니는 무인들의 시공간을 어떻게 이해할까 궁금하다. 약간의 대화도 좋고 헌화로 미래를 엿보는 듯 싶어 유쾌하지만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어 막막하다.

헌화로는 헌화가라는 향가 형식의 옛노래에서 그것의 지명 유래에 대한 연원을 둔다. 그것의 배경 설화에 따르면 강릉으로 부임하는 중앙정부 관리의 행렬이 시각화된다. 시공간적으로 차별화된 다양성이 있지만, 시공을 초월해 오늘날도 재현될 만큼 인상적인 것이 그런 여정의 행렬이다. 긴 여정에는 수많은 기인이사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헌화가의 주인공은 강릉 태수 –통일신라시대 벼슬의 일종 –의 수로부인과 무명 노인이다. 아마도 소를 끄는 노인은 ‘하늘 밖 하늘’에서 내려온 선인이거나 당시에 천하를 누비는 무인이었을 듯싶다. 그런 위인이 꽃을 바쳤다면 수로부인이 상당한 미인일거라는 상상은 외모 지상주의에 젖은 세태 탓일까!

헌화로 <사진 : 강릉뉴스>

한국전쟁을 전후하여 신선, 무인, 도사 등 기인들이 강릉에서 사라졌다고 입소문 무성하던 어린 시절이 불현 듯 떠오른다. 아마 전쟁의 또 다른 비극을 보여주는 대목일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사라진 기인들을 다시 초대하는 일이다. 그들과 공존하는 생태 공간을 창조하려는 방향성과 그런 공간을 가꾸어 세계 속 강릉으로 거듭나려는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일상생활로 끌어들이고 청정 자연에 평화를 이식하는 소통의 길이다. 자연향유권은 그런 강릉의 미래적 대안을 향한 첫걸음이 아닐까!

 

 

최우영 기자  bg243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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