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는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누리과정 관련 법안과 예산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였다.

<입장 전문>

누리과정, 이제는 근본적 해결 방안을 마련할 때

누리과정 관련 법안과 예산안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그동안 정부는 대통령 공약사업인 누리과정 정책 추진을 위해, 법률위반 방식을 총동원하여 예산부담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김으로써 이해당사자들의 극심한 갈등과 혼란은 물론, 지방교육재정 파탄과 공교육 부실을 부추겨 왔다.

이번에 통과된「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법안」등의 관련 법안과 예산안의 핵심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일반회계 전입금을 세입으로 하는 3년 한시 특별회계를 설치하고, 누리과정 전체 비율의 78%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나머지 22%인 8600억 원은 일반회계 전입을 통해서 재원을 마련한 것이다.

논의 과정에서 정부의 누리과정 정책 추진이 낳은 폐해를 정확히 인식하고, 근본적 해결책 마련을 위해 노력해 준 유성엽 국회 교문위원장을 비롯한 해당 국회의원들의 노고에 사의를 표하는 바이다.

그러나 국회가 본회의 의결과정에서 누리과정 예산 및 집행에 관한 원칙을 주장했던 유성엽 교문 위원장이 발의한 원안을 폐기하고 수정안을 채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문제를 봉합해버린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번에 통과된 안들이 정부의 법률위반 행정으로 야기된 누리과정의 불법성 해소와 지방교육재정 문제 해법에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의미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 여 동안 우리 교육감들과 교육주체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핵심 문제를 외면한 채, 당장의 갈등만 덮는 임시방편에 그친 것에 대하여 깊은 유감을 표한다.

무엇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지방자치법」 등의 법률을 명백하게 위반하면서 시행령 개정만으로 누리과정 정책을 강행하여 국회 입법권 훼손은 물론, 극심한 교육 대란을 몰고 온 정부 책임을 명확하게 물었어야 했다.

이번 통과한 법률안은 부칙에 명시된 것처럼 ‘3년 한시’를 못 박은 임시 대책의 한계를 전제한 것이므로, 정부와 국회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첫째, 누리과정 사업이 대통령 공약에 따른 국가정책이라는 점과 보육에 관한 관련 법령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사업 추진 책임의 주체가 중앙정부라는 것을 명확하게 하여야 한다.

둘째, 유아교육과 보육이 통합되어 있지 않은 현행 법률 체계에서, 재원만 통합한 것은 갈등의 해법이 될 수 없다.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의 소관부처는 보건복지부이고 영·유아 보육은 시·도지사 소관사무인데, 재정만 시도교육청과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부담하는 기형적 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따라서 법 규정에 따라 어린이집의 재정지원 역시 소관기관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으로 지출용도를 지정하여 교육감에게 의무적으로 편성 집행하도록 한 것은, 비록 특별법일지라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예산의 편성 집행권을 가진 교육감의 권한을 명백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1조의 목적을 위반한 것이다.

넷째, 총 예산 규모가 4조에 이르는 누리과정 예산을 감안할 때, 8600억 원 국고 지원만으로 현행 지방교육재정의 위기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사회적 요구를 담아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별도의 정부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근본적으로는 20.27%로 꽁꽁 묶여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을 현실에 맞게 상향 조정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회는 그 동안 정부가 법률을 위반한 시행령을 통하여 누리과정 예산 편성과 집행을 압박해 온 행태를 사후적으로 정당화·합법화 시켜주고 말았다. 이는 시행령에 따른 법률 위반의 길을 열어준 것으로 심히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것은 국회가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헌법상의 체계 정당성의 원칙을 스스로 침해한 것이다.

이번 특별법은 3년 안에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전제한 것이므로, 정작 지금부터가 해결 대책 마련을 위한 대화와 협력이 절실한 때다.

우리는 우선 정부와 국회가 결자해지의 태도로 이러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또한 문제해결의 과정에서 시도교육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함께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한다.

전국 교육감들은 이번에 통과한 법안의 한계를 극복하고 누리과정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마련될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16년 12월 6일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 본 ‘입장’에 대하여‘입장 유보’의견을 밝힌 교육감도 있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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