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를 통해 인연을 맺은 커플들이 결혼까지 성공해 화제가 되고 있다. 강원FC를 좋아한다는 공통된 관심사 덕분에 남남이었던 선남선녀가 가족이 되어버린 특별한 부부를 소개한다.

#1. 벚꽃놀이보다 축구였던 봄의 첫 만남

강릉에 살고 있는 축구광 최원규(41)씨는 강원FC의 열성 서포터즈 ‘나르샤’ 멤버다. 아내인 박선영(38)씨도 ‘나르샤’의 멤버다. 전혀 인연이 없던 두 사람은 강원FC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만났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2012년 4월 새로운 시즌이 시작된 지 얼마 안돼서 였다. 최원규 씨는 당시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강원FC 경기를 쫓아다녔다.

벚꽃이 피기 시작한 4월21일, 여자친구가 없던 그는 부산 아이파크 원정경기 응원을 위해 버스에 올랐다. 그 때 아내였던 박선영 씨를 만났다. 강원FC 유니폼을 입고 하얀 얼굴로 환하게 웃던 얼굴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유니폼까지 챙겨 입고 원정 응원을 오는 여성분들이 많지 않아요(웃음). 더욱이 부산 원정은 정말 멀고 응원을 한 번 갔다 오면 하루에 8~9시간은 버스에서만 보내야 해요. 주말에 시간 내서 그렇게 하기 쉽지 않은데 얼굴까지 예쁘니 마음에 들었죠.”

#2. 그녀의 눈에 들어온 강원FC 서포터즈 열정남 ‘최원규’

강원FC와 부산 아이파크 경기가 시작됐고 원정팀 응원석에는 나르샤 현장팀장으로 서포터즈를 진두지휘하던 그가 맨 앞에 서있었다. 누구 못지 않게 열정적인 강원FC의 팬이었던 그녀의 눈에도 그가 들어왔다.

확성기를 들고 목이 터져라 부산 홈 팬들의 야유에 맞서 90분 내내 쉬지 않고 응원한 그는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경기가 끝날 때 쯤 그는 실신할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그냥 아무런 조건 없이 그렇게 누군가를 열심히 응원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 멋있게 보였다고 했다.

“그냥 평범한 관중들이 보기에 이상해 보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제 눈에는 그냥 멋있게만 보였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서 뭔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은 분위기가 다르잖아요. 제 남편이 그때 정말 묘하게 멋있는 아우라가 있었던 것 같아요.”

#3. 연인에서 부부까지, 평생을 함께할 ‘강원FC’

용기는 그가 먼저 냈다. 그녀도 그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눈치 챈 뒤 적극적으로 대시했다.

두 사람은 수 없이 응원을 다니면서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연애를 시작한 그 해, 강원FC는 아쉽게도 강등됐지만 두 사람은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응원을 멈추면 안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내와 함께 강원FC를 응원하러 다니는 데이트는 저한테도 그렇지만 우리 두 사람에게 가장 큰 즐거움이었어요. 강등됐다고 해서 응원을 멈춘다는 건 저와 아내와 즐길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을 빼앗기는 것이라고 생각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강원FC와 함께한 3년 동안의 열애 끝에 두 사람은 2015년 1월11일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을 한 뒤에 더욱 바빠졌지만 두 사람은 현재까지 강원FC 서포터즈 활동에 빠지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을 이어준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부부가 함께 쉼 없이 쫓아다니며 열정적인 응원을 펼친 덕분일까. 두 사람에게 잊지 못할 감동의 드라마가 찾아왔다. 2016년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강원FC가 K리그1 승격을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당시 부부는 승강 플레이오프 1·2차전을 모두 경기장에서 관람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후 두 사람은 최근까지도 강원FC의 경기를 쫓아다니며 주말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두 사람에게 강원FC는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를 묻자 한참을 생각한 끝에 뭉클한 대답이 돌아왔다.

“강원FC를 떠올리면 우리 부부에겐 일상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웨딩 사진에도 유니폼을 입고 촬영한 사진이 있을 정도니까요. 강원FC 덕분에 서로가 만나게 됐고 결혼까지 하게 됐습니다. 강원FC의 주황색 유니폼이 맺어준 인연이에요. 앞으로도 평생 강원FC를 응원할 겁니다.”

창단 후 10년, 강등과 승격이라는 드라마를 함께하며 동고동락한 열성팬들이 버티고 있는 강원FC. 앞으로 10년은 팬들과 함께 어떤 스토리를 써내려 갈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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