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서 이미 그 선수가 공을 치기 위해 어드레스를 서면 그 선수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이미 어드레스에서 힘이 과도하게 들어가거나, 왠지 모르게 엉성하게 서 있으면 스윙결과는 보이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구력이 십년이 넘어도 백돌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을 보면 하나 같이 어드레스가 정상이 아니다. 어드레스에는 몇가지 원칙이 있다. 몸에 힘을 빼고, 팔을 투욱 떨어뜨리고, 오른쪽 어깨가 살짝 내려가고, 손의 위치는 살짝 왼쪽 허벅지 안쪽에 놓이고, Y자가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어지는 형태를 갖는다. 초심자는 골프공에 헤드를 놓을 때부터 혼란에 빠진다. 내가 지금 정확하게 헤드를 공에 정렬하고 있는지 볼 때마다 혼돈이다. 초급자를 넘어서도 어드레스는 항상 어렵다. 마치 무림고수가 자세를 취할 때와 똑 같다. 공에 다가서는 순간 그의 내공이 보인다.

인생에도 똑 같은 말이 있다. ‘시작이 반이다’ 살다보면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가 가장 두려움이 많아진다. 그 두려움 때문에 일을 그리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사람들은 ‘시작이 반이니 이미 다 한 것이다’라고 응원해 준다. 그러나 이 말의 진실은 그 만큼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는지 그 사람의 준비정도가 결과를 가늠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기회가 왔을 때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아 헛스윙을 날라고 만다. 어떤 사람들은 기회가 올 때만 기다리면 착실하게 어드레스를 준비하고 있다. 결국 골프나 인생 모두 첫 시작을 잘 준비하면 그 결과는 반드시 성공한다. 골프에서 잘된 어드레스는 인생에서 잘 준비된 자와 같다. 아마 97년 김대중 대통령의 슬로건이 ‘준비된 대통령’이었다.

어느덧 구력이 십년 이상 넘어서면 어드레스에서 방심하여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그 만큼 다른 말로 하면 건방져 진 것이다. 그래서 갑자기 샷을 하다 중간에 비명 소리가 나오고 스윙은 완전히 망가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 프로 선수들이 어드레스를 하러 들어갈 때 모습은 마치가 맹수가 먹이를 쫓기 직전의 긴장된 모습니다. 그만큼 골프에서 어드레스는 골프의 시작이지만 끝인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출발선에서 만전을 다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동안 수없이 해왔던 것이라고, 흐트러지고 ‘진심’을 상실하면 큰 낭패를 맞는다. 결국 골프도 인생도 첫 출발이 끝이다.

저작권자 © 강릉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